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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인을 춤추게 하는 것은 유권자

정치인에게 세력은 연예인의 팬과 같은 존재다. 연예인이 두꺼운 팬층을 확보해야 인지도가 올라가듯 정치인도 세력을 키워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다. 화려한 언변에 뛰어난 정책 기획력을 갖췄다고 해서 대번에 유력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렵다. 세력은 정치인을 춤추게 하는 요소인 셈이다.   한 달 전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6%포인트나 뒤졌다. 첫 TV 토론회에서의 실망과 트럼프 총격 피습 사건의 영향이 있었다. 더구나 갈수록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며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기 전까지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며, 해리스 부통령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대선 출마를 발표했다. 지난 29일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지지율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는 각각 47%와 48%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초접전 양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어떻게 단시간에 트럼프를 바짝 추격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인물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흑인과 아시아계 여성, 트럼프에 비해 젊다는 차별성은 있지만 그의 정치적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 여론이 많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민주당 세력의 결집이라고 생각한다. 후보 교체 여부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질 뻔 했던 민주당이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쳐 해리스의 뒷배가 되어준 것이다.     지난 17일 AP통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 65%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찬성했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당내 유력 인사들도 후보 교체 주장에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후보 사퇴 필요성을 거론할 정도였다. 반면, 후보 교체 불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21일 ABC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 58%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에 찬성하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결국 후보 교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동시에 분위기도 급반전했다. 선거를 포기한 것 같았던 유력 인사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시작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일제히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후원금도 빠르게 모였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출마 선언 일주일 만에 약 2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3개월 치 모금액을 뛰어넘는 액수다. 정치인의 후원금은 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 가운데 하나다. 다만 빠르게 모인 후원금을 전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역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후보 교체에 따른 민주당의 모금력이고, 당의 결집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전부터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해리스 부통령이다. 후보 교체 후 빠르게 결집한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 세력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 덕분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초접전을 벌이며 대선판을 흔드는 키맨이 되었다.     세력은 정치인을 춤추게 한다. 그럼 이런 세력의 시작은 어딜까? 바로 유권자다. 표가 모여 세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력 정치인과 그의 세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유권자의 힘이다.     유권자가 세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현명한 투표가 중요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설령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최악의 정치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표를 행사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결국 정치인을 춤추게 하는 건 세력이 아닌 유권자다. 한인 유권자들이 11월 선거에 꼭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정치인 유권자 해리스 부통령 유력 정치인 민주당 대통령

2024-07-30

[J네트워크] 마피아와 정치인

 장화 모양으로 위아래로 길게 뻗은 이탈리아 반도. 발가락에 해당하는 부근 앞에 큰 섬이 있다. 시칠리아다. 제주도(1847㎢)의 14배(2만5711㎢)에 달하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지중해 햇살을 흠뻑 머금고 자란 피스타치오·레몬·올리브·포도 등이 대표 특산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시칠리아 하면 다른 이름을 먼저 떠올린다. 이 섬에서 뻗어나간 세계적인 범죄 조직, 마피아다.   마피아는 철저히 가족적이다. 보통 대부로 불리는 우두머리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식의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 같은 마피아 영화도 이들이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다룬다. 대부는 아들이나 친족이 자신의 뒤를 잇기를 원하며 조직원끼리는 비록 혈연이 아니더라도 형제의 의를 맺는다. 이런 빈틈없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마피아는 정계·재계·연예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막강한 연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설이 제기됐다. 조직 이름이 성남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국제 마피아파’다. 마피아처럼 지역에서 시작해 정·재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이름일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제 마피아파의 돈이 이 지사에게 전달됐다”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사진은 제보자가 2018년 소셜미디어(SNS)에 자랑삼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위 논란이 커졌다.   다음날 서울시 국감에서도 이 문제로 여야는 팽팽히 맞섰다. 김 의원 측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실체는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꼭 사진이 아니더라도, 제보자의 진술 등 신빙성 있는 자료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여당은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이 지사는 김 의원에게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행안위 사·보임을 요구했다.   이쯤 되면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사실관계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조사나 수사 결과에 따라 한쪽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유력 정치인과 마피아의 검은 거래가 현실에도 존재하는 걸까. 혹은 전직 조폭과 자극적 돈다발 사진에 놀아난 해프닝이었을까. 어느 쪽이건 국민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간다.   장주영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마피아 정치인 국제 마피아파 마피아 영화 유력 정치인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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